집인데도 회사에 있는 것 같은 느낌, 퇴근했는데도 머릿속이 일로 가득 차 있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경계 모드'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게 그냥 피곤한 정도가 아니라, 몸과 뇌가 계속 ‘위협’을 감지하면서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퇴근했는데도 몸이 긴장을 풀지 않는 이유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몸도 마음도 풀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도 머릿속은 회사 일이 계속 스쳐지나가고, 남겨둔 일이 자꾸 생각난다.
“아, 이거 아까 그 보고서 피드백 오면 뭐라고 답하지?”
“회의 자료 수정 내일까진데 가능할까?”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들면, 메신저 알림이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내 모습이 있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마치 퇴근 후 근무를 하듯이 머릿속으로 자동으로 업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게 반복되다 보니,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고, 주말에 아무리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실제로 내가 일을 더 하는 것도 아닌데 몸과 뇌는 항상 긴장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문제는 결국 ‘실제 업무’가 아니라, 내 뇌가 ‘아직 업무가 끝나지 않았다’고 착각하고 있다는 거였다.
'경계 모드'가 계속되는 3가지 이유
1. 긴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경계 모드'
사람의 뇌는 원래 위협을 감지하면 몸을 긴장시키도록 설계되어 있다. 우리가 갑자기 길을 걷다가 차가 돌진해 오면 반사적으로 피하는 것도 이런 원리다.
문제는 뇌가 ‘실제 위협’과 ‘추상적인 위협’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메일 하나를 늦게 보내거나, 상사의 피드백을 받는 것도 우리 뇌에게는 마치 맹수가 다가오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이때 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경계 모드’에 들어가는데, 이게 쉽게 꺼지지 않는다.
보통은 위험이 지나가면 긴장이 풀려야 하지만,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받는 위협(업무 압박, 피드백 대기, 끝없는 업무 요청)은 ‘완전히 끝났다’는 신호를 주기 어렵다.
즉, 위협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느끼기 때문에 퇴근 후에도 뇌는 계속 경계를 풀지 못하는 것이다.

2.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이미 지쳤다"는 피로 사이의 충돌
긴장이 계속되면 몸은 쉬고 싶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쉬고 싶은 욕구와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충돌할 때다.
나는 한때 퇴근 후에도 머릿속에서 업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혹시 놓친 건 없을까?’ ‘메일 확인 한 번만 더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이 계속되면서, 정작 쉬는 시간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경우가 많다.
업무를 대충 넘기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 보니, 뇌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면서 긴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다.
결국, ‘쉬고 싶다’는 신호와 ‘해야 한다’는 신호가 부딪히면서 피로가 풀리지 않는 상태가 된다.
3. 생각은 계속 쌓이고, 결국 감각이 둔해진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런 피로가 더 깊어진다.
스트레스를 바깥으로 터뜨리기보다는 속으로 삭이는 성향이 강하면, 긴장감이 몸에 그대로 축적된다.
하루 이틀은 괜찮지만, 이게 몇 주, 몇 달씩 반복되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머릿속에서 끝없이 반복된다.
이러면 결국 감각이 무뎌지고, 쉬어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상태가 된다.
정신적인 피로감은 마인드셋으로 대응하지만, 몸이 뭉친건 마사지로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직도 근무 중인 뇌를 위한 '경계 모드' 끄는 방법 3가지
1. 하루를 여러 시간으로 쪼개어 생각하기
긴장감을 줄이려면 하루를 한 덩어리로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보통 "오늘 하루를 잘 버텨야지"라고 생각하면 그 자체로 압박이 된다. 대신, 하루를 작게 쪼개서 ‘15분 단위’로 생각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시간 나누는 것을 생각으로 하기보다 아날로그, 디지털 타이머를 따로 구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렇게 하면 ‘하루를 통으로 버티는 느낌’이 아니라, 작은 단위의 목표를 세우는 거라 부담이 줄어든다.
특히 경계 모드 상태에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압박’이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작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조금씩 긴장을 푸는 연습을 하게 된다.
'퇴근 신호' 만들기
몸과 뇌가 퇴근을 인식하려면, 물리적으로 ‘끝났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나는 퇴근 후 집에 들어오자마자 핸드폰을 잠시 멀리 두고, 손을 씻으면서 "이제 회사 끝"이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였다.

처음엔 별 차이가 없었지만, 몇 주 지나고 나니까 몸이 이 행동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제 긴장을 풀어도 된다'는 신호를 받게 됐다.
작은 습관이라도 좋다.
퇴근 후 10분 동안 산책을 한다든가, 특정 음악을 듣는다든가, 샤워를 하면서 "끝났다"라고 중얼거린다든가. 뇌가 ‘퇴근’을 명확히 구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 찾기
퇴근 후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건, 온종일 ‘해야 할 것’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도 정말 습관의 영역인데, 평소에 계속 해야할 일만 찾다보면 그 외 생각을 못하게 되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출근, 보고서, 회의 준비, 메일 확인… 이런 것들로 하루를 채우다 보면, 퇴근 후에도 ‘해야 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진다.
이럴 때는 일부러라도 ‘하고 싶은 것’을 하나씩 찾아보는 게 좋다.
퇴근 후 게임을 하든, 넷플릭스를 보든, 요리를 하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하루가 ‘업무’로만 채워지지 않고,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
해야할 일을 미루지 못하면, 하고 싶은 일은 계속 후순위가 될 수 밖에 없다.

긴장을 푸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퇴근 후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는 건, 단순히 ‘피곤해서’가 아니다.
우리 뇌가 계속해서 ‘위협이 남아 있다’고 착각하면서, 긴장을 풀 기회를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 하루를 작게 쪼개서 생각하기
- 퇴근 후 뇌가 '끝났다'는 걸 인식하도록 퇴근 신호 만들기
- ‘해야 할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기
이 세 가지만 실천해도, 조금씩 긴장감이 줄어드는 걸 느낄 수 있다.
긴장을 푸는 것도 근육처럼 훈련이 필요하다.
처음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바꿔가면 분명 차이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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