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일을 하다 보면 가끔 저녁 시간이 참 애매해진다. 오늘도 저녁 9시 반, 일을 마무리하며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로 러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머릿속은 복잡하다.
 
 지금부터 운동하면 최소 1시간, 씻으면 벌써 11시다. 오늘 개발하면서 나눈 이야기나 고민을 정리할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지? 결국 머릿속에선 운동을 미루자는 결론이 난다. 늘 이렇게 운동은 자연스럽게 후순위가 되어버린다.
 
왜 나는 항상 운동을 미루게 될까?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나는 도대체 어떤 점이 다른 걸까?
 



운동을 유동적으로 계획하면, 결국 안 하게 된다

 
운동을 미루는 습관을 고치려고 여러 번 노력했다. "그날 상황을 보고 운동을 결정하자"라는 유동적인 계획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았지만, 결국 이 방식은 늘 실패로 끝났다.
 
 이유는 간단하다. 운동을 "선택사항"으로 남겨두면, 뇌는 반드시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찾아낸다. 오늘 저녁도 그랬다. "오늘은 개발 내용 정리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운동은 내일 해도 되잖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유동적인 계획이 반복되면 운동을 꾸준히 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완결성을 낮추고, 반복을 통해 높여가야 한다

 
한때는 "운동하려면 최소 1시간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완결성을 추구하다 보니, 현실적으로 바쁜 날에는 "오늘은 시간이 부족하니까 안 해"가 반복됐다.
 
근데 운동을 꾸준히 하는 주변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그 사람들은 제대로 각잡고 운동해야지 하고 출발하기보단 늘 가던대로 일상적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다.

  • 1시간 운동이 어려우면 30분이라도 매일 가서 하는 식이다.
  • 글쓰기를 평소에 꾸준히 하는 사람 중에는 정리가 완벽히 하지 않더라도, 일단 초안이라도 적어놓고 다음 날 다시 보완하는 것과 같다.

 

출처 : https://unsplash.com/


완벽한 한 번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자주 반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효과적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의문이 떠오르는데.. 운동을 30분만 해도 좋은데, 왜 나는 30분 운동은 효과가 없다고 느끼는 걸까?
 반대로,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0'에 대해서는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내 뇌가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변화를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으면, 뇌는 행동을 포기하도록 설득한다.
 
 그런데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이들은 작은 성취감을 자주 경험해왔기 때문에, 조금만 운동해도 효과를 느낀다. 이 감각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운동이 자동화된 습관으로 자리 잡는다.
 
 

감각논리로 통제하기 어렵다

 
감각이라는 영역은 논리적으로 이해한다고 쉽게 컨트롤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운동하면 개운하다"고 스스로 말해봐도 실제 감각은 쉽게 따라오지 않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남이 "운동하면 개운하다"고 말하면 갑자기 마음이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스스로 생각하면 뇌는 "과연 그럴까? 지금 귀찮은데?" 하며 자동으로 반박하지만, 남이 확신 있게 경험을 공유하면 뇌는 외부 정보를 더 신뢰하고 더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실제로 운동 영상을 보거나 친구의 말을 들으면 더 와닿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쉽게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 4가지 방법 소개

 
이런 뇌의 원리를 알고 나니, 감각을 조금이라도 통제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효과적인 방법들을 직접 실험해 보았다.
 

1. 트리거를 만드는 것

  • 퇴근 직후에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어버렸다.
  • 처음엔 의식적으로 해야 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옷을 입기만 해도 훨씬 쉽게 운동 준비가 가능하게 됐다.

 

2. 운동 후 감각을 기록하기

  • 운동 후에 메모장에 "오늘 뛰기 시작한지 7분 만에 진짜 몸이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적었다.
  • 며칠 뒤 운동을 망설일 때 이 기록을 보면, 뇌가 운동 후의 개운한 감각을 조금씩 떠올리리며 체감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런 감각은 의식적으로 조작하기는 어려운 영역이긴 하다. 하지만 여기서 포인트는 실제 내가 느꼈던 감각이기 때문에 나중에 봤을 때 그 감각을 떠올리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좋은 감정을 적어 하기 전에 그 느낌을 떠올리면 운동하러 나갈때의 저항감을 훨씬 더 줄일 수 있다. 뭐든 나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 두는게 좋다.
 

출처 : https://unsplash.com/

 

3. 작은 행동부터 시작하기

  • "오늘 너무 피곤한데?" 싶은 날도 일단 러닝화부터 신었다.
  • 신기하게도 러닝화를 신고 현관 밖을 나서는 순간, 원래 생각과 달리 최소 10~20분은 뛰게 됐다.

트리거랑 마찬가지로 어떤 행동을 시작하기 앞서서 느낄 수 있는 초기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전략 중 하나이다. 특히나 뇌는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퇴근 후 힘들어 휴식하고 싶은 마음이 짙어지기 전에 가능하면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다.

 

4. 말로 감각을 끌어오는 방법

  • "운동 끝나면 개운하다"라는 말을 혼잣말로 했다.
  • 처음엔 솔직히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거. 하지만 운동 후에도 같은 말을 반복하자, 뇌는 점점 운동과 개운한 감각을 연결했다.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니 말만 해도 몸이 조금 움직이려는 경향이 생겼다.

저런 말을 했을 때 뻔히 아닌 걸 알면서도 일부러 저런 말을 하는게 의미가 있나 싶을 수도 있다. 근데 여기서 또 포인트는 "운동 끝나면 나는 행복하다"가 아닌 점이다. 실제로 운동끝나면서 행복까지는 아니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의미가 없는 말로 끝나버리겠지만,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면 뇌는 점진적으로 그 감각을 조정하며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
 
 완전히 아닌 말은 아닌 좋은 감각을 살짝씩 덧붙이면서 자주 스스로 말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뇌는 인지부조화 상태(말과 느낌이 다른 상태)에서 일치시키기 위해 그러고 보니 조금 개운하기도 한 것 같다는 식으로 조금씩 조정 되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나만의 전략들 일상에서 적용하는 것이 운동을 꾸준히 하는 비결이다

 
나는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운동을 자주 포기하던 시기보다는 훨씬 자주 운동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운동 습관 형성을 위한 작은 전략들을 적용해보는 것이 생각보다 효과적이라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결단력이나 강한 의지력 때문이 아니라, 운동을 "습관이 자리 잡히도록 자동화한 사람"이다. 작은 말, 작은 행동, 그리고 반복적인 트리거가 운동을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직접 느꼈다.
 
 개발자로 살면서 더 바빠지고 피곤해질수록, 운동을 습관화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 미래에 결국 더 큰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도 나처럼 고민한다면, 오늘 당장 러닝화를 신는 작은 행동부터 시작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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